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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

사순 제1주간 월요일 : 마태오 복음서 25장 31절- 25장 46절을 읽고

by 개소리김 2016. 2. 24.

2016년 2월 15일 사순 제 1주간 월요일.

마태오 복음서 25장 31절 - 25장 46절을 읽고.


2003년 20살, 대학교 1학년 여름밤이었다.

학교를 산책하는데 갑자기 배낭을 맨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본인이 성균관대 역사학과 학생인데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서울에 갈 차비가 없다며, 혹시 돈이 있으면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 말을 듣고 지갑을 봤으나 한 푼도 없었다.

그냥 빈 지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너무 딱하여 "내가 집에 모아둔 돈이 있으니 그거라도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당시에 동전을 모아두고 있었는데 제법 무거웠다.

동전으로 주긴 모해서 앞에 있는 가게에 가서 지폐로 환전했다.

대략 6만원가량 되었다.

음... 돈을 받고 잠시 생각을 했다.

'강릉에서 서울까지 얼마지? 얼마를 줘야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나...'

인천에서 강릉 다니던 차비만 알았지, 그외의 비용을 나는 몰랐다.


그렇게 서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냥 다 줬다.

그리고 혹시나 길을 헤맬까봐 택시도 잡아서 기사님께 터미널까지 부탁한다고 하였다.

당시 내 지갑에는 돈이 없었지만, 집에 모아둔 돈이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줘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만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은 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당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난 딱히 기부를 열심히 하진 않지만 옆에서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 사람을 쉽게 지나치진 못하겠다.

과한 대응일 수 있고, 사회 경험이 없는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본의 아닌 선행일 수 있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에서야 지갑에는 항상 어느정도의 돈을 갖고 다니며, 지금 내가 사는 방에는 20살 어릴 때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내 방을 매우고 있다.

어릴 때는 생각도 못하던 물건들이 있다.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2대, 심지어 TV도 있고, 침대도 있다.

조립식 행거가 아닌 나무 옷장이 있으며, 조립식 공간박스가 아닌 튼튼한 책장이 있다.

다만 잔돈을 넣어두던 저금통은 없고, 지갑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통장과 카드만 있다.

지갑에 돈이 없을 때, 누군가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하면 집에서 비상카드를 챙겨서 돈을 줄 만큼의 순수한 선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부라면 당연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