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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북극 기지생활/남극

남극세종과학기지 : 어디서든 잘먹어야 한다.

by 개소리김 2016. 1. 31.

 세종기지 생활을 하면서 가장많이 받는 질문은 '펭귄 많아요?', '추워요?'보다 '모 먹고 살아요?'다. 월동대원이야 기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무엇을 먹고 사는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외부인들은 그런 사항을 모르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하는듯 하다. 답변은 늘 같은 '한국에서 먹던 음식을 먹습니다.'로 끝나긴 하지만...


주방장의 중요성

 월동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 나야 내가 하는 일이 가장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대장직, 총무직보다 주방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을 뽑는 것은 대장이 뽑는 것이지만, 기지에 들어와서 생활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방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18명의 대원을 관리하는 대장직은 분명 가장 중요한 직책이다. 보급품이나 세부일정을 다루는 총무직도 중요하다. 기지 유지를 위한 분야도 중요하고, 과학기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구직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인간생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의 기본적 삼요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먹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월동생활을 하면서도 느낀사항이고,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생각인데... 정말 요리가 맛있어서 스트레스 받지 않았음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25차 월동대의 주방장은 김종훈(이하 좀비) 형 이었는데, 21차 때 이미 검증된 분이다. 요리 실력을 제외하고는 딱히 좀비형을 칭찬할게 있나 생각해보면, 어........... 욕은 아니지만 크게는 없는거 같다. 그냥 요리 잘하는 것으로 모든 단점을 매꾸는 좀비형이었다.


음식이 맛이 없었다면 어찌했을까?

 만약 요리가 맛이 없었다면? 한국에서야 맛없으면 다른 곳 가면 그만, 싸서 맛없으면 비싼거 먹으면 그만...

 하지만 세종기지에서는 1년을 18명이 밀집된 공간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의식주 중에서 먹거리가 무너지면 자연히 투덜투덜 거리게 될 것이다. '왜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생활을 해야 하는가?',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더 맛있겠다.', '힘든 생활인데 음식이라도 잘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등등... 이런 생각이 싹트면 남은 월동은 고행길이 되버릴 것이다. 초기에는 약간의 잡음으로 시작하여, 사람들간에 편가르기가 발생할 것이고, 그 뒤로는 그저 최악의 어떤 상황이 될 것이다.


원재료만 있으면...

 과연 기지에서 먹는 음식을 만들기위한 재료는 어디서 오는걸까? 어느나라든지 외래종의 유입은 철저히 관리해오고 있다. 세종기지로 들어가는 식자재 역시 철저히 관리되어 들어간다. 식자재에서 발생하는 외래종으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이다. 세종기지로 들어오는 식자재는 대부분 한국에서 준비해온 것들이며, 일부 식자재(과일, 야채 등)는 칠레산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식자재라 하여도 참치캔이나 황도처럼 어느정도 가공된 식품이 많다. 사실 이런 가공된 식품이 있으면 음식의 질이 높아봐야 얼마나 높을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외에도 좋은 원재료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맛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빵이나 두부를 만들기도 하며, 가끔 막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한국에서 만큼 자유롭지 못하지만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시간만되면 먹을 수 있던 음식이 그립다.



기지에서 행사가 있으면 만드는 음식류


기지에서 만드는 빵류


직접 콩을 갈아서 만든 두부와 평소 먹는 음식


 사실 이외에도 보여주고? 싶다기 보다는 맛볼 수 있게 하고픈 음식이 너무 많지만... 극히 일부의 음식 사진만 보여드립니다. 정말 하루 세끼 꼬박꼬박 잘 먹고 지내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