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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북극 기지생활/남극

남극세종과학기지 : 설날

by 개소리김 2016. 2. 9.

지금 생각해보니 벌써 4년전이다.

세종기지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리스마스, 새 해 그리고 설을 지냈다.

당시에는 기지적응과 더불어 기지에서의 일로 정신 없어서 어물정 넘어갔던거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상당히 많은 행사가 있었고 참 알차게 지냈었다.

제사도 지내고 민속놀이와 한국에서 하던 여러 놀이를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연휴를 지내었다.

물론 기지 상황상 각자의 업무가 있기에 완전한 휴무처럼 지내거나 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연구활동을 위하여 계속 일해야 했으며, 다른 누군가는 기지의 안전을 위해 밤새서 당직을 맡기도 한다.

비록 떠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이지만 어떤 이는 한국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니다.

1년을 타지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상당한 각오를 하고 왔을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쉽진 않았나보다.

그래서인지 기지에서 외부와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는 항상 붉은 빛이 들어와 있고, 잠깐 꺼지면 바로 빨간 불이 들어오고는 하였다.

세종기지에서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다.

인터넷도 되고 집에서 전화 사용하듯이 사용도 가능하며, 만약 모든 통신이 두절된 위급한 상황인 경우 위성전화를 상요할 수도 있다.

여하튼, 세종기지에서 보통 외부와 전화를 위하여 사용하는 통신선은 총 3개가 있다. 전화기가 3대라는 말은 아니다.

이 전화선은 명절이나 월동대원의 생일 또는 여러 경조사가 있으면 항상 통신중임을 의미하는 붉은 빛이 점등 되있다.


과거 세종기지가 처음 운영되기 시작한 1988년에는 이런 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편지도 가끔 도착하고는 하는데 당시에는 이를 '까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설날 명절이다.

지금도 세종기지의 통신회선에 붉은 빛이 계속 점등되있을 것만 같다.

물론 지금은 내가 월동했던 25차 때보다 조금더 좋아져서 전화외에도 느리더라도 인터넷 기반의 음성통화를 이용하는 이가 많다.

조금 욕심을 부리면 영상통화도 하지만, 결코 원할치 못하다.


공부하다 말고... 4년 전을 생각해봤다.

다들 기지에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기도를 잠깐이나마 드려본다.



설 때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전화받는 장면의 예시. 본인임.



설 제사상



설에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떡국



직접 담가 만든 막걸리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온도까지 관리하였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두부



설날 때 한 윷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