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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화 시위와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

by 개소리김 2016. 11. 28.


요즘 서울에서의 시위 수준이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평화시위라며 국내외 언론에서의 칭찬이 엄청나다.

최근 엄청난 실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그나마 위로할 수 있는 평가중에 하나려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인명피해 없이 우리의 주장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매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평화적 시위'라는 틀안에 같혀서 오히려 길들여 진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평화적 시위라는 모순적이지만 아름다운 이름에 길들여져 그 이상의 더 강한 요구를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마냥 종소리가 나면 배가 고파지는 현상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막아서고 있는 공권력은 시위대를 이런식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시간 지나면 빠지니까 그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설사 시간이후에도 있으면 범법자로서 취급하면 된다'

'그들은 더욱 거칠게 못하며, 거칠게 할경우 위법이기에 우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의 공권력은 합법적 수단이다'

공권력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어쩌다 이런 평화 시위가 된 것일까?

물론 과거부터 촛불시위는 평화적 시위의 좋은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더욱 질서가 잡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생각해보면, 얼마전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오랜 시간 사경을 헤매다가 돌아가셨다.

당시 경찰은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폭력적으로 변한 시위대에 경고를 함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 거세졌기 때문에 공권력을 이용했다고 한다.

여기에 직접적 사인은 터무니 없게도 물대포가 아닌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사인이 되버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백남기 농민을 봤다.

사람이 지면에 내리 꽂히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다행이 당시 숨은 붙어있으셨다.

하지만 깨어나지 못하셨고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되었건, 경찰이 되었건 말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권력의 앞잡이 노릇하는 거짓된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을 할 수 있고,

정의로운 시위여도 격한 상황이 되면 죽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우리는 잘했는데 너희 때문이다 라며 시위대는 경찰을, 경찰은 시위대를 비난할 수 있고,

나도 그럴줄 몰랐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상부의 지시대로 했는데 어쩌란 말이냐 라고 말할 수 있고,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며 경찰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민중에게는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민중에게 백남기 농민의 희생은,

정의로운 일을 실천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하나 뿐인 생명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도 보여 주었다.

비록 우리가 평화라는 틀안에 갇힌다 하여도 시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응집할 수 있는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당당한 주권자. 즉 주인이다.

목숨은 하나 뿐이기에 소중하지만, 잃게 될 것을 겁 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개가 주인을 물면 혼낼 뿐이다.


여기까지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요즘의 시위 문화를 보며 오랫동안 생각한 생각이다.

평화의 틀에 갇혀서 사육되어선 안되지만, 그래도 평화만한 것이 어디있을까?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민초들 아닌가.

쉽지 않겠지만, 평화롭게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큰 바람을 갖는다.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 못가도 멀리서 응원하는 사람들, 표현은 못하더라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고뇌하는 모든 사람들 힘냅시다.


양희은의 노랫말 처럼,

우리가 끝에는 이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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